장 피아제는 자신의 세 자녀가 성장하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아동은 성인과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그것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생각이 형성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피아제는 도식, 적응, 동화, 조절, 평형 등의 주요 개념을 이용하여 이를 설명했습니다.
1. 도식 (Schema)
도식은 사물이나 사건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이나 틀을 의미합니다. 아이들이 세상을 이해할 때는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해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기존의 지식이나 경험이 머릿속에는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특정 개념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도식입니다. 예를 들어, '꽃'에 대한 도식이 있는 아이는 이제까지 꽃에 대해 여러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 모양, 색깔, 향기, 쓰임새 등이 복합적으로 정리되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아이에게 꽃은 땅에 피어있는 여러 색깔의 향기로운 것이며, 그것으로 예쁘게 장식을 하거나 물을 주면서 키운다는 사실을 한 도식으로 머릿속에 넣고 있습니다.
이 경험은 직접적인 것뿐만 아니라 학습에 의한 지식도 포함하며, 사람들의 학습 수준이나 경험에 따라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는 태어날 때무터 몇 가지 도식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주로 생존에 필요한 '빨기', '잡기' 등의 행동에 대한 도식이 있습니다. 이는 반사적인 행동들이지만 여러 경험과 과정을 통해 발전해 나가게 됩니다. 즉, 아이는 적응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도식을 개발하고 기존의 것들을 변화시킵니다.
2. 동화(Assimilation)와 조절(Accommodation)
적응은 주변 환경과 서로 영향을 두고 받으며 도식이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이나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려 합니다. 이러한 적응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되며 주로 동화와 조절이라는 두 가지 수단으로 진행됩니다.
동화는 주변 환경에서 새로운 자극을 발견하였을 때, 원래 가지고 있던 도식을 사용해서 새로운 자극을 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축구공을 자주 가지고 놀던 아이는 둥근 것이 공이라는 도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아이가 처음으로 마트에서 수박을 보면, 크기와 모양이 비슷해서 그것을 공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는 수박이라는 새로운 자극을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공이라는 도식에 동화시켜서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 지식에 새로운 정보를 통합하려는 시도입니다. 동화의 또 다른 예는 어린아이가 음식이든 아니든 무엇이나 입으로 가져가는 행동입니다. 어린아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행동에 대한 도식이 빨기 밖에 없을 때는, 외부의 자극인 어떤 물건에 대해서도 빨기라는 도식으로 그것을 이해하고 경험하려 합니다. 즉, 환경의 요구에 관계없이 하나의 도식을 사용한다는 것을 나타내며,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주변 환경의 방식을 변화시키려 하는 것입니다.
조절은 기존의 도식으로서는 새로운 자극을 이해할 수 없을 때,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도식을 수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이가 조절을 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도식이 바뀌게 됩니다. 아이가 수박을 보고 공이라고 말하면, 엄마는 그것이 공이 아니라 수박이라는 과일이라고 알려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박을 볼 때마다 수박이라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 수박을 만져도 보고, 먹어도 보면서 공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 아이는 수박은 공과는 다른 것이라고 학습하게 됩니다. 즉, 아이는 그런 일련의 조절 과정을 통해 '수박'이라는 새로운 도식을 획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처음에는 딸랑이 장난감을 빨기만 했던 어린아이가 우연히 장난감을 흔들어보고 흥미로운 소리를 경험하게 되면, 이후에는 흔들기라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흔들다가 나중에는 박자에 맞춰서 흔들기도 하고, 속도를 바꿔서 흔들어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행동의 발전도 조절의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평형 (Equilibration)
평형은 동화와 조절의 균형을 잘 이루는 상태를 말합니다. 결국 아이의 생각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동화와 조절이 조화롭고 상호보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동화와 조절이 적절하게 평형을 이루는 과정을 예로 알아보겠습니다. 아이는 하늘에 날아다니는 날개 달린 물체는 새라고 어린이집에서 배웠습니다. 그래서 하늘에 날아다니는 물체를 볼 때마다 아이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도식에 맞추어 그것이 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봅니다. 처음에는 이 새로운 사물을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도식인 '새'에 결부시키려고 합니다. 그런데 비행기를 실제로 계속해서 볼 때마 크기나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은 그 비행기에 직접 타보기도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기존의 도식으로 이것을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즉, 아이는 기존의 체계를 변경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바로 조절입니다. 아이는 이제 이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새는 확실히 아니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은 불평형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물체가 새인지 아닌지 만약 새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태인 것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저 물체가 무엇인지 다시 물어봅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그것은 새가 아니라 비행기라는 알려줍니다. 그리고 비행기와 새의 차이를 설명해 줍니다. 그러면 아이는 새와 비행기의 차이를 알게 되고, '비행기'라는 새로운 도식을 만들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평형의 상태입니다.
이처럼 아이는 도식을 바탕으로 불평형의 상태에서 동화와 조절이라는 적응 과정을 조화롭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평형 상태에 이르며 그 인지 구조를 발전해 나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