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보처리 이론의 기본 개념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 과정에서 점차 인지능력이 발달하게 됩니다. 정보처리 이론은 인지능력이 발달해 가는 과정을 컴퓨터의 정보처리 과정과 비교합니다. 컴퓨터와 인간 모두 사고하는 과정에서 논리와 규칙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지발달 과정이 상당히 비슷하다고 주장합니다.
정보처리 이론에서는 컴퓨터와 인간의 인지 발달을 설명할 때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하드웨어는 컴퓨터의 물리적 장치를 말하는 것으로 CPU나 메모리 등 우리 눈에 보이는 부품들을 말합니다.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조작을 위해 사용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예를 들어, 윈도우나 MS오피스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인간도 역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우리 뇌와 신경계라고 볼 수 있고, 소프트웨어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정신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이나 전략을 세우는 과정 자체를 소프트웨어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단계적인 인지 과정을 진행하게 됩니다. 먼저 외부 세계로부터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과 같은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가 들어오게 됩니다. 이어서 우리의 뇌는 감각기관에 투입된 정보를 분석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억에 저장합니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저장된 정보들은 필요할 때 꺼내서 사용합니다.
2. 정보처리 과정의 발달
새로운 과학 기술이 끊임없이 발달하면서 컴퓨터의 구조나 프로그램이 복잡해지는 것처럼 인간의 인지과정도 아동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동안에 점점 복잡해집니다. 신체적인 성장 과정에서 뇌와 신경계에 속한 세포들이 많아지고 복잡하게 연결되기 시작하는데 이는 하드웨어가 향상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발달 과정에서 어릴 때는 가지지 못한 새로운 전략과 접근 방식으로 기억과 학습을 하게 됩니다. 즉, 더 효과적인 기억 전략을 개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소프트웨어가 향상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린아이들은 처음에는 정보를 아주 느리게 처리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정보를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컴퓨터 CPU 성능이 좋아질수록 여러 가지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처럼, 아이의 뇌도 점점 성능이 향상되면서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복잡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어릴 때는 집중력이 매우 짧았던 아이가 점점 성장하면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이는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저장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점차 복잡한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렇게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향상되면서 아이는 메타인지도 함께 향상되게 됩니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학습 능력을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 과정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내가 실제로 잘 알고 있는 것과 내가 잘 모르는 것, 그리고 내 능력이 어디까지이며, 어떤 전략이 효율적인지에 대해 자각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3. 정보처리 이론의 적용
자녀의 정보 처리 능력은 부모에게 큰 영향을 받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부모의 말과 행동이 자녀의 감각기관을 통해 가장 많이 입력됩니다.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말투나 몸짓, 표정, 무의식적 행동까지도 함께 받아들이게 됩니다. 가족이 함께 방을 정리하는 상황이라면, 아이는 방을 정리할 때 부모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 후 자녀는 부모가 했던 말과 행동을 머릿속에서 분석합니다.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방을 정리하라고 시키면, 이전의 정보를 가지고 머릿속에서 방 정리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방을 정리하라는 의도가 무엇인지, 어떤 분위기인지도 함께 파악하고 분석합니다. 이 과정은 이전 방 정리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새로운 정보를 함께 연결하면서 사고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자녀는 이렇게 분석하고 체계화한 정보들을 기억에 저장합니다. 특히 자주 반복되는 정보일수록 장기기억에 저장되거나 습관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방을 정리하는 행동이 습관이 되려면 부모나 방을 정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아이에게도 함께 즐거운 분위기에서 방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반복적으로 주어져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정리와 관련된 부모의 말이나 행동이 긍정적인 자극이 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반복적으로 아이의 기억에 저장되어 아이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렇게 저장된 기억들은 다음에 다시 방을 정리할 때 쉽게 꺼낼 수 있게 됩니다. 이전의 경험을 떠올리며, 더 효율적으로 방을 정리하려고 시도합니다. 이때 가족과 대화가 많거나 함께하는 경험이 많은 아이는 더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처리하게 됩니다. 평소에 부모와 대화하고 함께 놀면서 아이의 뇌가 성장하게 되는데, 이는 다른 영역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어도 부모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은 아이에 비해서 더 속도와 집중력에서 앞서게 됩니다. 따라서 복잡한 정보처리가 가능하고, 방을 정리하는 데 있어서도 더 효과적인 전략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와 같이 아이의 정보처리 능력에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중요한 것을 반복적으로 언급해 줄 수도 있고, 직접 행동으로 본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또한 스스로 행동할 수 있게 기회를 주어 기억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때로는 혼자 충분히 분석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게 기다려 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입니다. 자녀의 정보처리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자녀 혼자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소통하며 노력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