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두 사람이 부부로 만나 한 집에 같이 살게 되면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상황에서 부부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부부사이의 거리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부간의 신뢰와 유대감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말도 있으며, 말 한마디 때문에 이혼과 같은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관계를 해치지 않고 갈등을 풀어가가는 부부의 대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부부가 싸울 때 피해야 할 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인격을 모독하거나 폭력적인 말
"너는 어떻게 수준이 그 정도냐? 진짜 한심해!"와 같은 표현은 문제가 되는 상황과 행동이 아니라 상대방의 인격을 공격하는 말입니다. 이는 관계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심리학자 존 가트먼의 연구에 따르면, 이혼과 같은 부부 관계의 파탄을 예측할 수 있는 행동 패턴을 "종말의 신호"라고 부르는데, 부부가 서로를 경멸하고 모독하는 말을 하는 것이 그중 하나라고 합니다. 경멸하는 말은 상대방의 자아를 직접 공격하여 큰 상처를 주게 됩니다. 상대방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우월감이 존재하며, 상대방을 무시하는 태도가 존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문제 자체보다 상대방을 비난하고 상처를 주는데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에 대응하여 상대방은 더욱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므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더 어려워집니다. 또한 신뢰가 무너지고 서로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기 때문에 관계 자체에 균열이 생깁니다. 이는 정서적으로 안정을 느껴야 할 가정이 불안한 곳으로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나중에 문제가 해결된 후에도 그 상처가 계속 남아 관계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감정지능이 높은 부부는 모독적인 경멸의 말을 사용하지 않고, 싸우는 중에도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고 지키려 노력합니다. 서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갈등이 유발된 문제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갈등 해결에 더 효과적입니다.
2. 과거의 실수를 계속 언급하는 말
"당신 몇 년 전에도 그랬고, 얼마 전에도 그랬잖아!"라는 말은 현재의 문제가 아닌 이전의 실수를 언급하는 것입니다. 이를 심리학적으로는 반추라고 하며, 특정 사건이나 문제를 계속 떠올리며 되새기는 행동을 말합니다. 이런 말들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문제가 무사히 잘 해결되어도 나중에 다른 문제가 생겼을 때 지금 이 문제로 다시 공격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패턴은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을 계속해서 되새기는 것인데, 이는 현재의 문제를 계속 왜곡하게 만들고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또한 상대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우고 책임을 묻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과거와 현재가 모두 공격당하는 불안감 속에서 부부는 서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데, 이는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없게 만듭니다. 그리고 과거의 실수가 계속 언급되면서 자신이 더 나아지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져 좌절하게 됩니다.
따라서 부부는 과거보다는 현재 문제 자체에 집중해야 합니다. 상대의 실수를 공격하고 비난하기보다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3.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말
"김 과장 와이프는 직장 다니면서 육아도 잘하고 음식도 잘하는데, 너는 집에서 뭐 하냐?"라는 말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비교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나 성공여부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부부 관계에서도 이런 비교하는 행동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교하는 말은 상대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부부 사이는 능력을 기준을 맺어진 관계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특정 능력을 기준으로 계속해서 타인과 비교하면 상대방은 열등감을 느끼게 됩니다. 지속적으로 비교를 당하면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고 느끼게 되며, 관계 자체에 신뢰감을 잃게 됩니다. 부부 사이에 신뢰가 깨어지게 되면 더 많은 오해가 쌓이게 되고, 문제 해결에도 큰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자주 비교하는 말을 사용하면, 상대방은 자신이 끊임없이 평가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늘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하면서 불안한 감정과 압박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부부사이에서 꼭 필요한 안정감이 약화되어 거리감이 커지게 됩니다. 또한 너무 우월한 사람과 비교를 당한다고 느낄 경우에는 이를 따라갈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재 상황이 비교 대상을 따라잡을 만큼 만만하지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잃게 됩니다. 비교하지 않았다면 조금이라도 노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 비교를 당함으로써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심리학의 학습된 무기력 개념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가 속한 가정은 서로 경쟁하는 능력 중심의 집단이 아니라 서로 보호하고 아껴주는 안전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바람직한 부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갈등을 잘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말의 종류가 매우 중요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부정적인 언어 습관을 주의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현재의 문제에 집중하는 대화를 한다면 더 건강한 부부 관계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