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소통하는 공동체입니다. 서로 대화를 통해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변화가 필요할 때는 서로 도우며 응원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많은 시간을 한 공간에서 지내면서 갈등이 생기거나 소통의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갈등의 내용 자체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소통하는 방법이 미숙해서 더 그런 어려움이 커지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소통 기법은 여러 상황에 걸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상대방의 변화를 유발하기 위한 과정에서 더 유용합니다. 이 기법은 열린 질문하기(Open question), 인정하기(Affirming), 반영하기(Reflecting), 요약하기(Summarizing)로 구성되어 있어서, 앞 글자를 따서 OARS 기법이라고도 부릅니다.
1. 열린 질문하기
가족 간에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생각을 알기 위해서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 '예'나 '아니요'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을 닫힌 질문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무의식 중에 이런 질문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러나 답변을 제한하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하려면, 상대방이 길게 답변할 수 있는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열린 질문은 닫힌 질문과는 다르게 여러 자유로운 답변이 가능한 질문을 의미합니다.
"학교 잘 다녀왔어?"라는 질문은 닫힌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오늘 학교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이 뭐였어?"와 같이 열린 질문으로 바꾸어서 사용하면, 자녀가 학교 생활에 대해서 조금 더 말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즉 열린 질문을 하면 상대방이 더 길게 대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상대방의 고민이나 생각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도록 도울 때는 수용과 신뢰의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이야기를 많이 하도록 하며, 주변에서 주의 깊게 들어주는 것입니다. 이때 상대방이 말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기본적인 방식이 열린 질문입니다.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충분히 표현할 기회를 얻게 되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됩니다.
열린 질문이라고 해도 연속으로 계속된 질문을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는 다그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대답이 제한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열린 질문에는 그 대답을 잘 들어주는 경청의 자세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열린 질문을 하고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고민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열린 질문을 받고 길게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고민에 대해 정리하고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대답에 대해 어떤 식으로 반응하느냐에 따라 생각의 방향성을 정하는데도 개입할 수 있습니다.
2. 반영하기
일반적으로 우리가 경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누군가가 말하는 것을 조용히 들어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영적으로 경청하는 것은 단순히 들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들은 내용에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을 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반영이라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요약하거나 재진술하여, 그들이 전달하려는 내용을 이해했음을 보여주는 과정입니다. 반영을 하게 되면 상대방은 자신의 말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더 깊은 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영적 경청을 할 때는 상대방이 하는 말의 진짜 의미를 추측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말하기 전에 상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어떤 의미를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가 말을 하게 됩니다. 말로 표현되는 이 의미들은 때때로 진짜 마음속의 의미들과는 다르게 불완전하게 표현됩니다. 즉,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말속에 모두 담아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말을 듣는 사람이 말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잘 해석해야 합니다. 반영적 경청을 한다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 의도했던 본래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합리적으로 추측하고, 이 내용을 진술문의 형태로 다시 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문문의 형태가 아니라 진술문의 형태로 다시 말해주면, 상대방은 자신이 했던 말을 다시 듣고, 그 의미를 재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반영적 경청은 숙련도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시험 점수 때문에 짜증 나."라고 말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시험 점수가 잘 안 나와서 짜증 나는구나." 이렇게 단순하게 반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험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가 안 나와서 속상하구나.",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많이 아쉬운가 보구나."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평소에 부모가 얼마나 반영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했는지와 자녀를 잘 이해하고 파악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반영적 경청은 열린 질문에 이어서 사용하면 매우 유용하며, 반영적 경청을 잘 사용하면 상대방이 생각하는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반영을 한다고 해서 그냥 말을 수동적으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반영하고 무엇을 무시하며,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은 덜 강조해야 하는지, 또 의미포착을 위해 어떤 단어를 사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3. 인정하기
대화를 본격적으로 하다 보면 반영적으로 경청만 해도 상대방을 지지하는 것이 될 수 있지만, 때로는 직접 말로 지지를 표현하는 것도 좋습니다. 직접적인 말로 인정하고 지지하면, 상대방과의 유대감이 더 잘 형성되어 상대가 자신의 문제를 탐색해 보려는 마음이 더 커지게 됩니다. 비판보다는 인정을 더 먼저 많이 하게 되면, 가족 구성원의 자존감을 높이고 서로 더 신뢰하는 관계로 발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보통 이러한 인정하는 말은 칭찬이나 감사에 대한 표현이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 시험 점수 때문에 속상한 마음을 말한 자녀에게 "힘든 마음을 말해줘서 고마워." 혹은 "그래도 네가 이번 시험에서 최선을 다했구나. 노력한 점이 정말 대단해."라고 말해줄 수 있습니다.
인정할 때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을 잘 파악하여 적절한 강도로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관심을 기울여서 가지고 있는 강점들이 무엇인지 미리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을 반영할 때는 너무 지나치게 강조해 버리면 오히려 어색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강도를 찾을 수 있다면 인정하기를 더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면, 가족 내에 신뢰가 쌓이게 돼도, 더 활발하게 감정과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됩니다.
4. 요약하기
가족 간에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때로는 원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가기도 합니다. 서로의 다른 주장이 부딪히거나 감정적으로 대화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중간에 요약하기의 과정을 넣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요약은 대화에서 중요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확인하는 과정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같은 대화의 흐름으로 따라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단순히 내용을 정리해서 연결할 뿐만 아니라 대화의 내용들을 다시 상기시키며 강조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또한 요약을 하면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상대방은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반영적 경청과 요약하기를 통해 두 번이나 다시 경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요약하기를 잘 사용하게 되면 상대방이 생각하는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시험 점수 때문에 낙심하는 자녀와의 대화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까지 들어보니 네가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서 속상하구나. 그리고 친구들보다 비교하면서 뒤쳐졌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고. 그래도 가장 어려워했던 수학은 저번보다 결과가 괜찮아서 뿌듯한 것 같네. 다음번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것 같은데, 같이 한 번 생각해 볼까?"
이처럼 요약하기는 대화를 정리하는 동시에 특정 부분을 강조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더 잘 이해하고, 건강한 대화를 이어가며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방법에 더해 변화대화를 끌어내는 몇 가지 방법을 함께 사용한다면, 특정 문제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답을 찾는데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변화대화를 끌어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